기담 奇談 - 공포영화의 또다른 시각

2010. 8. 20. 18:35생각/영화


2007.08.01  
정가형제, 정식, 정범식  
진구(박정남), 이동규(이수인), 김태우(김동원), 김보경(김인영)...
http://www.gidam.kr/

최근들어 보았던 영화중에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영화인듯하다.
공포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무서워서 그랬냐고?
아니 무척 슬퍼서 울었다.
공포영화인데 슬프다.
아니 어쩌면 공포는 슬픔(또는 외로움, 쓸쓸함)에서 온다고 이영화는 말하고 있는것 같다.

공포영화에는 나름 규칙이 있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을 보자면
서양에서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 주로 신체적 결함이 있는 남성
-프레디, 제이슨등 사회범죄로 만들어진 기형적 인물들 - 절대악에 가까운 존재
동양에서는 한이 서린 계층, 주로 억울한 사연이 있는 여성
-처녀귀신, 장화 홍련,,,, 특이하게 남성은 몽달귀신 하나 정도 ,, - 한을 풀고나면 착한 심성으로 돌아가는 인간에 가까운 존재

그리고 항상 그 공포의 시작은 惡이 있었다. 누군가 행한 악행(惡行)으로 인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단 이야기다.

서양의 그것은 남성성이 형상화된 무기(칼,전기톱, 꼬챙이, 송곳니 ...)로 처녀성을 상실한 여성을 공격하였고,
동양의 그것은 한맺힌 영혼이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그 한을 풀고자 그 한의 대상을 공격하였다.
이러한 모습은 그 사회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여성들의 행동상의 많은것들을 금기시하고 억압해왔는데
그런것들이 결국은 여성들의 한이 될거라는것을 그때에도 알고 있었던듯 하다.

영화에서 말하는 공포는 인간이 생각하기에 끔찍한 것들, 생각하기 싫은 미래. 그런것들을 
공포의 장치로써 보여주는데 이는 무자비하게 난도질을 하거나 , 흉칙한 모습의 귀신들을 보여줌으로 공포를 주는것외에도
미래에 대한 암시를 통해 공포를 자아내기도 했다.
가령 "살아있는 시체들의밤"에서는 어린아이가 좀비로 변함-그때 당시에는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다고 함-으로써 미래(어린아이는 우리의 미래를 상징)가 없다라는 끔찍한 암시를 보여줬던것은 유명한 예이다.

그런데 기담은,
공포의 시작은 사랑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에 홀린자, 여기 모이다" 

주의 : 스포일러

세가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 기담은
죽은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가고 있으며
첫번째 에피소드는 죽은 여고생에게 사랑을 느끼는 젊은 레지던트의 이야기며


두번째 에피소드는 죽은 가족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소녀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세번째 에피소드는 죽은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여의사의 이야기이다.



세가지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죽은자에 대한 산사람의 이야기라는 점 외에도
"외로움"(혹은 쓸쓸함)이라는 공통된 부분이 있다.
(죽은자들를 보내고)홀로 남은 쓸쓸함이야 말로 인간이 갖게 되는 최고의 공포라고 이영화의 감독은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그모든것을 이야기 하듯 풀어낸다.
이야기 전반부에서 이미 "다중인경장애"에 대해 언급한다.
다중인격장애가 주는 의미는 세번째 에피소드의 주된 이야기라는 점외에도
공포의 본질이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이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시체에 대한 사랑도,
두번째 에피소드의 가족에 대한 죄책감도,,, 모두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는것들이다.

"다 나때문이에요" 라고 우는 소녀를 보면서 
나는 간만에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살아남은자의 남은 삶에 대한 죄책감은 우리가 상상하는거 이상일거란 생각이든다.


다시 세번째 에피소드로 돌아와서,,
이 에피소드의 결론은 여의사의 죽은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다중인격장애를 그린것이다.
"우리에게 영혼이 없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 
이 대사에 많은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죽은 남편의 영혼이 자신에게 씌워져 있고, 그 영혼 또한 자신이 죽은걸로 씌워져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
남편의 영혼이 없다는걸 깨닫고 모든것이 자신의 다중인격장애임을 알게되는 순간 
여의사는 자살을 한다. 죽으며 남기는 말이 "쓸쓸하구나" - 이말은 앞서 말했던 "우리에게 영혼이 없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 에서
우리에게는 영혼이 없다는것을 이야기 하는것이다.
즉, 귀신(영혼)이라는것은 없으며, 그 공포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쓸쓸함에서 우리의 마음을 두렵게 한다는 이야기

세번째 에피소드를 보면서도 많은 눈물이 흘렀는데
사랑이라는것이, 또 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라는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영혼(귀신)에 대해서도 두렵지 않음은 말할것도 없고
자기속에 그 대상을 집어 넣음으로 다중인격을 만들어 냈다는 설정이
그 사랑과 그리움이 얼마나 깊은것일까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다.

공포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시간을 섞어놓은 스토리의 구성
공포를 느끼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
갈색톤의 차분한 화면구성과 색감
별점 5점중 4점이상 줄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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