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을 지우다 - 이터널 선샤인

2010. 10. 18. 00:47생각/영화


국민학교 4학년 가을, 과학시간이었던것 같다.
수업도중 선생님께서는 "망각"이라는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에게 망각이라는것은 자기보호를 위한 능력이다. 생각해봐 우리가 겪는 모든일들을 하나도 잊지 않고 살아간다고... 얼마나 괴롭겠어? 아마 괴로워서 살지 못하고 죽어버릴거야. 그렇게 사람들은 잊어버리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거지..."
그때 선생님 말씀의 무엇이 가슴에 와 닿았는지...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나는 아주 어렸을적, 그러니깐 남들한테 이야기 하면 "에~~이 말도 안돼, 어떻게 그때가 기억이 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았던걸로 기억나는것으로 보아 아마 두세살때의 기억인듯 하다.
내 기억엔 어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었고, 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기억의 장면과 있었던 일들을 그당시 옆에 있었던 어른들에게 이야기 하면 그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장면들은 "사진"이라는 기억의 조각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억나는 그 장면들의 조각에는 "아픔" 이라는 것도 함께 있는듯 하다.

* 주의 - 스포일러

이 영화는 사람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았던 아픈 기억들을 지움으로 해서 그 사람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 가는것.
하지만 기억을 지운다는것이 무의미하다는것을 말하고 싶었던걸까?
사랑은 어자피 그렇게 아픈 기억을 함께 하는거라고 말하고 싶었던걸까...

그 기억을 지우려 할 수록 더더욱 아파오는, 아니 그 기억들을 지우는것 자체가 크나큰 아픔인것을 깨닳아가는 조엘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줘요.. 그만..."
급기야 그는 아주 오래된 기억속으로 그녀를 숨기려한다.

결국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었음에도...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고, 또다시 호감을 갖게 되고, 또다시 사랑을 하게된다... 

다시 만나 사랑을 다시 시작해도, 서로에게 상처를 줬던 그 일들은 다시 반복하게 되고
아픈기억을 지운다고 사랑을 피할 수 없고, 사랑을 하게 되면 아픔은 함께 할 수 밖에 없다는
"사랑은 원래 이렇게 아픔을 함께 하는것이야"라고 말하는듯 ...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고 반복된다?




보통 누구에게나 잊지못하는 어렸을적 아픈 기억이 있다.
어렸을적에는 가족의 보호에 있을때라, 그 아픈 기억을 주는 주체도 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족에게 받은 상처이기 때문에 더 아프고 오랜동안 지우기도 힘들다.
성장해서 성인이 된 후에도 그 기억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반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아픈것들이 있다.
너무 어렸을때 헤어져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얼굴... 그 시절의 모습들...

기억이 없어서 아픈것들과 기억이 남아있어서 아픈것들

나에게는 두가지의 경우가 모두 있다.

그 두가지중 어떤것이 더 아픈것일까....

아픔을 느끼는 순간에는 기억이 남아 있어서 아픈것들이 더 아프다.
구체적이고 머리속에 스쳐가는 장면들이 아픔을 더욱 구체화 시키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기억이 없는 것에 대한 아픔은 
그 순간의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그야말로 평생을 따라다닌다.

한창 사춘기시절, 기억에 없는 "엄마"를 꿈속에서 만날때면 늘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슬픈 꿈에 괴로워 했던 적이 있었다.

기억이 없어서 갖게되는 아픔은, 그 기억의 대상 역시 나를 기억하지 못할거라는...
내 존재에 대한 잊혀짐에 대한... 내 존재가 아무것도 아닌것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



사람이 아프면 
그 아픈것 자체가 지켜보는 이에게도 아픔이 되는듯...
아프기 싫어서 그렇게 기억을 지우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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