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씨의 음악여행 (1) 내 사춘기의 시작

2010. 8. 20. 19:23생각/음악

80년도 후반,
내가 국민학교 5학년이었던것으로 기억되는걸로 보아 1986년이었던것 같다.

사실 그 시절의 나의 우상은 두살 위의 사촌형이었고, 형이 가지고 있는 모든것, 형이 하는 모든것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때까지 형은 학교에서 공부는 거의 1등만했고, 태권도, 쿵후, 합기도, 육상, 복싱 등 안해본 운동이 없었으며, 사촌동생인 나를 친동생처럼 아껴주는 지덕체(知德體)를 모두 갖춘 완벽한 형님이었다.
나에게는 형의 말이 곧 법이었고, 형이 하라는대로 하기를 넘어서,
형의 생활모습을 내가 따라 행동하는 내 생활의 표본이었던것이다.

형은 음악을 매우 좋아했고, 세계적인 기타리스트가 되는것이 꿈이었다.
나역시 형이 좋아하는 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학교 5학년 어린애가 듣기엔 난해하고도 난해한 헤비메탈-중학생 형에게도 쉬운음악은 아니었다-을 처음 접했던때가 그때였다.

어느날 사촌형네 아빠가 외국에 출장을 다녀오시면서 매우 좋은 오디오를 사가지고 오시는 덕에 
형이 쓰던 카세트데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 사촌형네 집에 놀러가면 늘 부러워 갖고싶었던것이 형의 카세트데크였다. 
형의 방에는 수많은 테이프와 LP 레크드판이 있었고, 그때 당시에는 처음보는 전자식 오디오가 있었다.

형은 처음으로 카세트데크를 가지게된 나에게 여러 노래들을 녹음해 주었고 - 형의 오디오는 더블데크였다. 당시 더블데크가 처음 나오기 시작하던 시점으로,, 당연히 부러운 대상... - 나는 그 테잎 하나를 죽어라 매일 반복해 들었다.

노래제목이 무엇인지, 누가 부른 노래인지,,
가사는 무슨뜻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노래들을,,
좋은건지 나쁜건지 생각도 못한채 
들을수 있는 테이프가 오로지 한개인지라 
그렇게 처음 헤비메탈음악을 접했던것이다.

사춘기...
그때가 그랬던것 같다.

어느날,
나는 무슨이유에선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알지못하는-노래들을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감성이 눈물을 흘리게 했고, 나는 이불속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 나중에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에게 헤비메탈이라는 음악을 이야기 할때 이때의 이야기를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게 음악 그 자체로 다가왔던... -

아마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었고,
남에게 말하기 싫은 비밀이 생겼었고,
현실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었다.

그런일이 있은후부터는 사촌형네 집에 더욱 자주 가게 되었고,
더 많은 노래들을 형한테 배우게 되었다.
형은 많은 노래들을 녹음해 주었고, 그리고 그 노래를 연주하는 밴드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었고,
어디서 구했는지 해외잡지를 보여주고 그들의 사진과 앨범자켓을 보여주었다.
그때 당시에는 대부분 90%이상이 금지곡이었고,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온 앨범은 거의 없었다.
-금지곡인 사유는 노래제목, 가사, 앨범자켓사진, 그룹이름 등등 여러가지였지만, 현재의 시선에서는 "아니,, 그게 왜 금지곡?" -

사진으로 처음 접한 그들-헤비메탈을 하는 록커들-의 모습은 참으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motley crue]


[loudness]

형은 몇몇 친구들과 이미 그룹사운드까지 만들어 놓았고-그때 형의 나이는 중학교 1학년- 겨울엔 공연도 했다.
나는 형들과 어울려 음악을 듣고 배웠고, 형들의 행동방식이나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주변에 같이 어울리는 동갑내기 또래들은 없었고, 형들과 어울리지 않을때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또 그때는 음악에 푹 빠져있을때라 혼자있을땐 몇번이고 반복해서 노래를 들었다.
남들이 이야기하기를 "시끄러운" 음악인 헤비메탈을 이불 뒤집어 쓰고 들으며 몇번이고 그렇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


그때 들었던 누가 부른지도, 노래제목이 무엇인지도 무슨뜻인도 몰랐던 노래들,,
그 노래들을 youtube에서 찾아 올려본다.
물론 지금은 누구의 곡인지, 제목이 무엇인지, 무슨뜻인지 알고 있다 :-)

Yngwie Malmsteen - You Don't Remember, I'll Never Forget


Motley Crue - Home Sweet Home


LOUDNESS - LET IT GO


Ozzy Osbourne - Mr Crowley





우리는 우리가 발음하기 편한대로 그들을 라운뉴스(Loudness), 머틀쿠르(Motley Crue), 윈맘스틴(Yngwie Malmsteen) , 오져스본(Ozzy Osbourne) 이런식으로 불렀다. 지금도 우리들끼리 이야기 할때는 그때의 그발음으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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