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어른과 조숙한 소녀의 사랑 이야기 - 레옹

2011. 3. 3. 13:01생각/영화


1994년 한국 극장에서 개봉된 극장판에서는
레옹과 마틸다가 "연인"이라는것을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면을 삭제한 채로 개봉되어
두 사람이 "연인" 이라는것을 모른채 영화를 이해했다가
나중에 한참후에 무삭제판을 보게된 다음에야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것을 알고
내가 이해했던 전체를 재구성하게된 영화



* 스포일러


살인 청부업자 레옹
화초를 가꾸고 우유를 마신다.
살인 청부업자 (cleaner)로 혼자 지내기엔 
화초를 가꾸는 일과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만드는데는 우유만한 음료수가 없다.

그런 그의 일상에 어느날 열두살짜리 소녀가 끼어들게 된다.
마틸다.
부패경찰 스탠필드는 마틸다의 아버지가 자신의 마약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그녀의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다.
그 과정에 마틸다는 레옹의 방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데...

레옹을 돌봐주는 이탈리아인 토니는
자신이 은행이라 하며 레옹의 돈을 맡아주기도 하고
마치 어린 아이 다루듯 다정스럽게 대한다.
레옹도 그의 말에 순종하고 어린아이처럼 의지한다.
대니는 레옹이 어린아이로 머물러 있길 바라는듯
우유를 내놓는다. 
우유는 미성숙을 상징하는 것
레옹은 성인이지만 모성을 극복하지 못한 미숙한 어른이라는것을 의미한다.

레옹이 아끼는 화초 또한 그가 의존적인 존재라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화초는 화분에 담겨 있으며, 화분속의 화초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매일 물을 주어야 하고, 온도와 환경을 맞춰 주어야 하며, 햇빛을 받게 해주어야 한다.

화초는 레옹 자신을 의미하며,
레옹이 화초를 가꾸는데 정성을 쏟는것은 
자기애(自己愛)에 빠져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에 관심이 없으며 
타인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마틸다가 스탠필드를 피해 레옹의 방문을 두드렸을때 
열쇠구멍으로 밖으로 바라보며 한참을 고민하고
결국 문을 열어 그녀를 불러들였지만 
스스로 결정한 일에 자신이 없어 
총을 빼어들고 자고 있는 마틸다에게 겨누어 보지만 방아쇠를 당기지는 못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안주하고 싶은 자신을 밖으로 끌어내는 마틸다의 존재에 대해 두려워 하고 있는것이다.



자신의 무의식이 자기 안으로만 향하면 자기애에 빠진다고 한다.
이런 무의식의 부분은 그러나 의식이 아무리 끌어내려 해도 알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무의식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분석학 박사들은 무의식을 통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레옹의 의식세계는 매우 빈곤하다. 
감정의 지나친 억압과 부모상으로 부터 독립하지 못한 채 자기 안에 사로잡혀 전혀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이런 의식의 편중된 태도가 고쳐지기를 무의식은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이때 무의식이 가르쳐 주고자 하는 방법은 투사(投寫)-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외부의 대상에서 발견하는것.-
레옹에게 마틸다는 좋은 투사의 대상이다. 
마틸다는 레옹이 갖지 않은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복수를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고, 
레옹에게 총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좋고 싫고 표현을 똑떨어지게 하며, 
감정에 통제를 가하지 않는다. 
누구의 지시에 따르는 일을 싫어한다.
이 모두, 레옹에게는 없는것들이다.




이런 무의식적인 투사는 긍정적인면도 있지만 
반대로 지나치면 상대방을 너무 과대평가하게 된다.
첫눈에 반해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그런경우이다.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면 실망이 커져 더욱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마틸다와의 만남은 레옹의 영역에 침범하여 생활의 혼란을 가져온다.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며, 킬러의 생명인 익명성이 노출된다.
그의 마음의 변화가 생기고, 감정이 살아날수록 킬러로서의 냉철함과 절제가 무너지게 된다.
마틸다의 원수를 해치우고 돌아왔을때 그는 피를 흘리고 - 영화 초반부에 보이던 귀신같은 그의 실력으로 보았을때 예전과 같은 감각을 보이지 못하는것 - 이것은 성장과정에서 겪는 아픔과 상처를 의미한다.

토니가 허락하지 않은 일을 한 레옹
드디어 레옹은 토니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 
마틸다를 통해 자신을 가두고 있던 토니를 깨닫고 
자기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하는것이다.

자신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그 돈을 마틸다에게 주라고 요구한다.
토니는 레옹에게 경고를 하지만 레옹은 이제 더이상 토니의 보호에 있던 레옹이 아니다.

레옹은 점점 마틸다에게 빠져들고 심지어 질투까지 한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과 대화를 나누던 마틸다를 심하게 나무라고
절대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한다.


....


레옹은 경찰서로 마틸다를 구하러 갈때 이미 자신의 죽음을 느꼈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선택한 연인이었기 때문에 
그가 가진 모든것을 포기할 -죽음을- 각오하고 경찰서로 향한다. 




레옹은 죽고...
마틸다는 레옹의 화초를 화분에서 꺼내 땅에 심어준다.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주는것이다.
자신을 가두고 있던 화분에서 빠져나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꾸며 살아갈 수 있다.

식물로의 변신은 매우 비극적으로 보인다.
'식물인간'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인간으로 기능이 마비된 죽을날만 기다리는 사람을 가리키는것 같다.
하지만 식물은 영생한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다시 소생하는 영속성을 지닌다.


* 그리스 신화 - 월계수로 변한 다프네 - 그리스 신화에서는 식물로의 변신을 무엇보다 큰 영광으로 여긴다고 한다.






He deals the cards as a meditation 
And those he plays never suspect 
He doesn't play for the money he wins 
He doesn't play for respect 
He deals the cards to find the answer 
The sacred geometry of chance 
The hidden law of probable outcome 
The numbers lead a dance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He may play the jack of diamonds 
He may lay the queen of spades 
He may conceal a king in his hand 
While the memory of it fades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the shape of my heart 

And if I told you that I loved you 
You'd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The mask I wear is one 
Those who speak know nothing 
And find out to their cost 
Like those who curse their luck in too many places 
And those who fear are lost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하지만...
레옹과 마틸다가 "연인"이 아니었어도...
내가 이해했던 내용을 다시 재구성하지 않았어도 
좋았을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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